다윗은 일찍이 기름 부음을 받았지만, 그가 실제로 왕이 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는 인생의 가장 역동적인 시기라 할 수 있는 20대를 거의 도망만 다니다가 모두 허비했으며, 죽을 고비도 여러 번 넘기는 등 험난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가 드디어 30세에 유다의 왕이 되었지만, 이스라엘 전체의 왕이 되기까지는 또 7년이나 기다려야만 했습니다.

하나님은 약속하신 것을 반드시 이루시는 분임을 성경은 가르치지만, 때때로 하나님의 약속은 더디게 이뤄지든지 아니면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그러한 이유는 하나님의 일 처리 방식이 느리거나 우리에게 관심이 없어서가 아닙니다. 그것은 우리 자신의 믿음의 분량이 찰 때까지 계속해서 우리를 다듬어서 마침내 약속을 받을 만한 믿음의 사람으로 만들어 가셔야만 하므로 더디게 보이는 것입니다.

이것만 생각해 보더라도 인간의 본성이 얼마나 강퍅하고 죄로 깊이 물들어 있는지를 알게 됩니다. 인간의 마음속이 얼마나 부패하고 얼마나 악했으면 하나님께서 한 인생을 온전한 믿음의 사람으로 만들어 가시기에는 긴 시간이 걸린다는 것입니다. 조금만 방심하면 재빨리 과거의 생활로 돌아가 버리고, 조금만 잘 풀리거나 형통하면 교만해지며, 조금만 잘 안되면 낙심하고, 조금만 틈이 보여도 흔들리고 마는 어리석고 연약한 존재가 바로 인간입니다. 

자신이 이러한 존재임을 기억하고 하나님 앞에서 항상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서 있는 사람에게 은혜와 복이 있습니다. 자기를 끊임없이 하나님께 내어드리며, 계속해서 말씀의 빛으로 내면을 채워나갈 때 하나님의 약속은 어느덧 우리 삶 가운데 아름답게 이루어져 있을 것입니다.